본문 바로가기

떠나요!

게으른 여행 2. 죽령옛길 - 가을 산책

비내리던 초여름. 우비를 입고 사람도 없는 조용한 죽령 옛길을 걸으며 맡았던 숲 향기.
깊은 숲 향기를 맡고 싶을 때 생각나는 길이다.

가을이 다가기 전에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 죽령옛길에 다녀왔다.


들어가는 길은 아직 좁지만 소백산역에 도착해보니, 전국적인 걷기열풍 덕분인지 찾는 사람이 많아졌는가보다. 
2년전에 없었던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있다.


잘 익은 대봉감이 아직 가을이라고 알려준다.

주차장에서 소백산역으로 걸어가는 길이 울긋불긋 물들었다.




앗! 고욤나무~ 죽령옛길 초입에 고욤이 열었습니다.
신기하게 보고 있으니 지나던 아이들과 엄마가 뭔지 물어봅니다.


감나무와 접붙이면 감이된다고, 잘 익으면 고욤도 맛있다고 설명하며, 내친김에 따서 맛도 봅니다.
음 먹을만 한데! 아이들도 따라서 맛을 봅니다.
앗! 아이들과 헤어지고 1분쯤 지나자 입에서 지금까지 먹어본 가장 떫은 맛이 납니다^^
따라 맛을 본 아이들이 생각나서 뒤도 안돌아보고 속도를 높입니다~~~


죽령옛길의 입구까지, 마을길을 지나고 기차길 옆 포장도로를 잠시 걷습니다.


길가의 장승이 죽령옛길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소백산역의 단풍은 곱더니만 산에 오르니 단풍잎이 조금 말라서 빛깔이 곱지 않네요. 왜그럴까요?


오르는길 옆으로 사과 과수원이 계속됩니다. 사과 수확이 한창이네요.
한바구니에 만원 입니다. 앗. 차만 가까이에 있었어도~


과수원을 지나고 옛길이 시작됩니다.
1900년대 초반까지 경상도 동북지방에서 서울을 오갈 때, 이길을 넘어다녔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났던 길일까요?
도로가 발달하여 찾는이가 없던 이 길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네요.


길 곳곳에 으름덩쿨이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잘 익으면 작은 바나나 같이 생긴 으름 열매가 열립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지나던 사람들의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한해를 다 보내고 있는 으름 덩쿨의 잎 모습입니다. 곧 낙엽으로 떨어지겠죠?
잎을 보고도 으름이 맞는지 궁금해서 주변을 꼼꼼히 살핍니다. 어디 숨겨놓은 열매 없는지 두리번~ 두리번


앗! 으름 덩쿨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미 열매는 다 말라 비틀어졌지만 잘 익은 으름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군요.
다음에 9월~10월 사이에 다시 오게 되면 꼭 따서 맛보고 싶습니다.


길 중간중간에 으름 덩쿨이 그늘을 만든 곳에 쉬어가기 좋도록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사람이 없어 한참을 쉬었는데도 지나가는 이가 없었습니다.
책도 보고, 풍기에서 산 사과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쉬어가기 너무 좋은 계절입니다.
대신 빈자리가 없네요 ^^


일본 잎갈나무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보입니다. 바람에 따라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돗자리 펴놓고 누워 오래도록 올려다보고 싶습니다.


침엽수 사이를 걷는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피톤치드 때문인가요? 한동안 쭉쭉 뻗은 나무사이로 걸어갑니다.


으름 덩쿨 말고도 여러 덩쿨이 많이 있습니다. 이 덩쿨은 뭘까요?
산에 오면 모르는게 너무 많아집니다. 아니 산 아래에도 세상에는 모르는게 너무 많습니다.
다래덩쿨 설명도 있는걸로 봐서는 덩쿨 나무들이 살기 좋은 곳 같습니다.
계절을 잘 맞추면 먹을것도 많을 곳이라는 얘기겠죠^^


참나무의 가을은 도토리, 상수리도 많이 열리고 단풍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이름처럼 참하네요.


우리나라 산에는 어딜 가나 생강나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르는 길에 안보인다 했더니만, 계곡에 잎을 띄워놓았습니다.
안보인게 아니라 못본 것이 맞습니다^^


오후 빛을 받고 서있는 돌무더기 위의 잡초가 어떤 난초보다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여름엔 녹색 터널이었던 길이 낙엽길로 바뀌었습니다.


힘들지 않게 나무 덩쿨 사이를 산책할 수 있습니다.
걸어서 서울에 가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힘든 길이었겠죠?


마지막에 약간의 경사를 오르니 죽령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나 봅니다. 전에는 없던 문이 세워졌습니다.


옛길에 너무 새건물이 들어선 것 같아서 살짝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간이 또 한참 지나면 이 문도 역사가 되고, 옛길에 어울리는 문이 될까요?


새 건물이든 오래된 건물이든 오를 수 있도록 허락하는 마루만 있으면 다 즐겁습니다^^
마루에서 내려다본 경치도 시원하네요.


소백산 역으로 돌아오는길, 김장무우인가 봅니다. 이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옆에 나팔꽃 씨도 몇 개 땁니다. 저도 나팔꽃 이쁘게 심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백산역 앞 은행나무에도 가을이 한창입니다.






여기까지 죽령 옛길의 가을풍경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