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게으른 여행 1. 안동 병산서원
감자전
2010. 10. 11. 19:28
2006년 가을, 프리랜서 시절 이전 직장 선배와 4박5일동안의 예천-안동-청송-정선 가을여행중 들렀던 병산서원.
모처럼 여유있는 여행 스케쥴에 가는 곳마다 여유롭게 머물며 게으른 여행을 만끽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나 장터 여행도 재미있지만,
역시 가을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산책하며 생각에 잠기기 좋은 게으른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가을에는 하회마을에서 이어진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걷는 길도 좋다고 한다.
겨울에는 걸어보았으나 걷기 좋은 가을에는 차를 타고 갔다.
병산서원 전경
복례문을 지나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
만대루를 지나 입교당의 대청마루에 오르면 아담한 병산서원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생님 : 아무개야! 책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구나..
"기둥 사이로 보는 전경이 병풍과 같다"는 설명처럼 기둥안에서 본 경치가 모두 그림이다.
고려시대 건물은 돌바닥이라 구멍이 없단다.
선생님 : 아무개야! 기둥뒤에 숨어서 졸면 안보일 줄 알았느냐!! 정신차리거라!!
사당에 올릴 제수를 준비하던 전사청. 보통은 사당과 한 울타리 내에 있다고 한다.
병산서원은 음식을 마련하던 주소를 감독하기 위해 주소의 바로 위쪽, 사당의 오른쪽 따로 독립된 공간에 있다.
아담한 마당에 가득한 배롱나무. 툇마루에 앉아 한참동안 책을 읽고 싶은 아늑한 공간이다.
여기가 맘에 드는거 보니 공부할 팔자는 아닌가보다^^
여행을 하다 오르는 것을 허락해주는 대청마루나 툇마루를 만나면 너무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이 다녀가면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조금이라도 병산서원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신경써 주시는 마음이 느껴진다.
만대루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마루에 올라 잠시 책읽는 시늉을 해본다.
역시 공부하던 곳 답게 책을 읽거나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이런곳에서 책을 읽으면 내용이 저절로 머리에 들어오겠다.
아니 나는 경치 보느라 공부가 안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후대에 복원한 건지도 모르겠으나, 4백년전에 책을 옆에 끼고 버선을 신은채로 계단을 오르던 선비들과 같은 계단을 올랐으리라 살짝 기대해본다.
어디에 가든지 되도록이면 설명을 듣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나, 항상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 : (쭈뼛쭈뼛~~ 긁적긁적~~)저기 혹시 처음부터 다시 해주시면 안될 까요??
병산서원의 담장 밖에 재밌는 화장실이 있다. 달팽이 뒷간.
화장실 밖 급한사람 : 화장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화장실 안 안급한사람 : 공자왈~ 맹자왈~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루황~
웬지 볼일을 보면서도 글공부를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기대해보았으나,
유생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일꾼들의 화장실이라고 한다.
아니야. 정말 급한 유생 한명정도는 볼일 보다가 누가 와서 공자왈~ 맹자왈~ 한적도 있었을꺼야! 혼자 우겨본다.
그렇다면 혹시?? 음흉한 마음에ㅋㅋ
계절에 따라 계속 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낙동강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강가를 산책해도 좋을것 같고, mp3를 가져가서 조용한 구석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을것 같다.
1박2일에 소개되어 찾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따스한 가을 시간을 보내기 좋은 게으른 여행지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