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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토닥토닥 선물 1. 콩나물 시루


아주 가끔. 선물을 할때마다 드는 고민..

이 선물 받으면 좋아할까? 부담되지는 않을까? 혹시 있는건 아닐까? 필요 없는거 사주는건 아닌가???
맨날 그런 저런 고민하다가 결과는... 선물할 시기를 놓치거나 선물하지 못하거나.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자주 선물하기나 할 것이지. 별 걱정을 다한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해두기로 한다.
음 가격도 부담없으면서... 
적당한 노력도 들어가서 받는이에게 내 정성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고...
실제로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으며...

뭐 어쨌든,

걍 나혼자 받는사람의 마음을 토닥토닥 해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토닥토닥 선물 시리즈를 만들어놓기로 생각.

그 첫번째로, 2004년 어느날 문득, 양재대로를 운전하다가 떠오른 생각.


콩나물 시루.


대략 1-2주 정도면 키울 수 있을 테고,
씨앗에서 싹을 틔운 생명력이 가져다 주는 감동이 있으며,
가격도 대략 저렴하고,
어린 아이들이 있으면 교육적인 효과도 있으며,
받는 사람도 부담 없을것 같고,
뽑아서 밥반찬도 만들어먹을 수 있는..
 
김샘께 의견을 구한다.
음 반응이 나쁘지 않다.

당장 재료 사러 나간다.
준비물)
콩나물콩 (800g 7,700원 한겨레 초록마을)
옹기 화분, 원통형 (내경:11.5cm, 높이:14cm, 인사동 10,000원)
물받침 (집에 있던 대형 플라스틱 통을 사용)
검은천 (집에 검은 천이 없어 짙은색 천으로 대체)


1) 35mm 필름 약 3통 정도의 콩을 쟁반에 펼쳐놓고, 좋지 않은 콩들을 골라낸 후, 물에 3-4시간 담근다.
(1통에 콩나물 콩 200~250개이니 대략 600~700개 정도일 듯, 숫자 금방 세는데 콩개수 세고 있다고 욕한번 먹었다.^^)

30분 정도 물에 담가둔 후 찍은 사진. 콩들이 물을 먹기 시작한다. 

- 인터넷에서 콩나물 기르기 찾아보니 물에 불리는 시간에 대해선 3시간부터 하루까지 의견들이 많다.
기온이나 콩의 상태와 같은 정보를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말이 쉽지 나는 그냥 반나절 정도 담궜다.


2) 불에 불린 콩을 옹기화분 아래에 넣고, 햇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검은 천으로 덮어준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둔다. 밀폐하면 콩이 발아되지 않고 썪는다. 
물을 자주 줘야하기 때문에 아래에 프라스틱 큰 통을 받치고 위에 올렸다.  


3) 콩에 자주 물을 준다.

2일째 모습. 앗! 뿌리가 나왔다. 귀엽다.

3일째 모습. 자라는 모습을 보느라 덮은 천을 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주 들춰본다고 욕먹는다.
근데 옆으로 크는 애들은 어떡하지? 살짝 걱정

-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3-6회. 충분하게 적실 수 있도록 물을 주면 좋다고 나와있다.
물을 주는 회수가 부족하면 잔뿌리가 많아진다고 한다.
- 말이 쉽지 그냥 생각날때마다 줬다. 
주말엔 시도때도 없이, 평일엔 2회(아침-저녁). 규칙적이지 않은 식사에 콩들이 위장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ㅋ. 


4) 적당한 길이로 자라면 화분채로 선물하거나, 뽑아 먹는다.^^

5일째 기른 모습. 참을성이 부족하여 뽑아봤다. 선물하기엔 조금 볼품이 없다.

뽑아보니 큰 접시로 한접시 된다. 한번 반찬해먹을 정도는 된다. 수확의 기쁨이 쏠쏠하다. 
콩나물 500원어치 정도는 되나??

낱개 가닥을 분석해본다. 콩나물 하나씩 꺼내보니 콩나물이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길이가 제각각이다. 장에다 내다팔긴 힘들것 같다^^
물을 제때 안줘서 그런지 잔뿌리가 나온 것들도 보인다.






그래서 한번 더키웠다. 
두번째는 참고 또 참고 1주일을 기다렸다.

콩나물이 천을 밀고 올라올때 까지 기다렸다. 7일째 모습. 이쁘다. 선물줘도 되겠다.





정리하자면,
1) 작은 정성을 표현하고 싶거나, 식물을 좋아하거나 할 때는 해볼만한 선물인 것 같다.
2) 무공해 콩나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3) 선물을 주는 시기에 이쁜 모양의 콩나물 상태를 유지하려면 약간 노하우가 필요하거나 동시에 몇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4) 물을 줄때마다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상대방은 몰라주더라도 작은 자기만족은 된다.
5) 선물할만한 적당한 콩나물 시루를 사는것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평소에 돌아다닐때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6) 콩이 많이 남는다^^. 선물 후에, 콩나물 키우는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남는 콩을 함께 선물하는 것도 좋을것 같다.
직접 키워먹을 수도 있도록. 
아님 큰 시루 하나 두고 남는 콩으로 계속 콩나물을 기른 후, 콩나물밥과 콩나물국을 콩나물 무침과 먹는다.
7) 상대에 따라선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선물하는 이가 쫌스러워 보일수도 있고, 받은 콩나물을 어떻게 해야할지 처치곤란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8) 아무리 정성을 쏟은다 한들 기분은 현금받을때가 더 좋다^^.




받으니 기분 좋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