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떠나요!

게으른 여행. 마음이 열리는 서산 개심사 - 나무가 바로 기둥이 되다

수덕사에 이어 개심사까지, 집으로 올라가며 충남 서쪽에 있는 절을 투어합니다^^

가을비 내리던 날이라, 어디 다른데 갈만한 데도 떠오르지 않고, 

비로 운치가 더해지는 절에 산책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개심사는 마음에 드는 이름 만큼이나, 나무가 바로 기둥이 된 듯한 자연스러운 건물이 있고 아담하여 근처에 갈 때, 가끔 들러 산책하는걸 좋아하는 절입니다.

안성의 청룡사에도 곧지 않은 나무를 바로 기둥으로 사용한 대웅전이 있습니다.


2003/11/29 - [떠나요!] - 자연스러운 나무 그대로, 안성 청룡사 대웅전




개심사 입구 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책을 시작합니다.



역시 비가 살짝 오니, 숲속을 걷는 기분이 더 좋네요.



잠깐 걷다보면 개심사로 오르는 계단이 나옵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세심동" "개심사입구"라고 빨간색 글씨로 새겨놓았습니다.

마음을 씻어주는 동네에 마음을 열어주는 절 인가요? 한자 공부한지가 오래라 맘대로 해석합니다.

요즘 씻을 마음이 너무 많은데^^ 맘대로 한 해석대로라면 좋겠네요.



평지가 끝나고, 계단을 잠시 올라야 합니다. 왼쪽엔 마음을 씻어주려는지, 계곡물이 흐르네요.



이 계단을 지나면 개심사 입니다. 아직 잘 걷지 못하는 딸내미를 안고 오르느라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오릅니다.



개심사 앞 연못입니다. 연못 위 고목과, 가을비도 살짝 내리니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절의 건물은 자연스러운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여 자유분방한데요. 오히려 이 연못은 직사각형으로 네모 반듯하게 만드셨네요.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고목이 잘린 자리에서 계속 자라서 또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를 베어내려면 밑둥을 바짝 잘랐을텐데요.

아마도 다른 이유로 윗부분을 잘라내고 뿌리만 남아서 새 가지를 다시 올리고 있는 것 아닐까요? 아 묻고 싶어라. 오늘은 묻지 않을 껍니다^^



나무 밑둥이 탑의 기단이 되었습니다. 일부로 만드신 건지느는 모르겠구요. 

뭔가 완전하지 않은 서로가 돕고 있는 느낌입니다^^ 우리 사는게 그렇자나요~ 

혼자 능력으로 잘사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은 다들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일주문에서 상왕산 개심사 현판이 있었는데요. 약간 인도 코끼리 형상 같아 보입니다^^



범종각 나무 기둥입니다. 

썰을 풀기 좋아하는 저는 이런 기둥을 보면 원래 곧았던 기둥인데 종의 기운으로 곧은 나무가 휘었다고 주절 주절~~(제 상상입니다)

와이프에게 시도해보니, 반대로 만들면 불편해서 종치러 어떻게 가니? 합니다. ㅋㅋ

딸내미 조금 더 크면 딸내미에게 다시 시도해봐야 겠습니다.



진짜 종의 기운인 것처럼 바깥쪽으로 휘었습니다. 종의 배와 선이 닮았습니다.



오른쪽 종무소의 기둥도 살짝 배가 나왔습니다. 멀리서 보니, 왼쪽에 곧은 기둥과 멀리 범종각의 자연스러운 기둥과 제각각입니다.

마루에 걸터앉으니, 이런 가지각색의 기둥 너무 좋습니다.  



종무소 기둥도 나무가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개심사 대웅전입니다. 한옥의 마당같이 아늑합니다.



옆으로 돌아나가니, 한 기둥이 배를 내밀고 있습니다. 같은 바지를 못입겠군요^^



나무를 따라 선도 휘었습니다. 하긴 기둥은 곡선인데 선을 직선으로 그리면 더 이상하겠지요.



와, 코너의 기둥은 진짜 나무 그대로 입니다. 이런 기둥은 그냥 지나칠 수 없고, 한번 안아보고 싶네요. 



곧은 나무를 사용하는 목수는 나무를 구하는 과정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런 곡선의 나무를 사용하는 목수는 나무를 구하는 것보다 집짓는 과정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휘어진 나무를 쓸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집이라는게 한번 짓고나면 다시 짓기도 어렵구요.

이런 결정을 내리는 목수의 과감함과 자신감을 배우고 싶습니다.



흐흐, 전통인지 새로 지은 건물의 기둥도 살짝 휘었습니다. 

기둥도 기둥이지만, 저 기둥에 맞는 문을 깎아낸 목수의 기술도 보통이 아닙니다.



감이 많이 익었습니다. 이제 곧 나뭇잎이 떨어지고 감만 남겠죠!




가을이 오는 길목에 가을비를 맞으며 자연을 닮은 아담한 개심사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음좀 열렸을까요? 한것도 없이 기대만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