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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게으른 여행 3. 통리 & 미인폭포 - 시간이 멈춰버린 곳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통리협곡과 미인폭포.
2006년 크리스마스 몇일 전. 이번 크리스마스는 또 어떻게 넘기나 궁리하던 중..
길거리는 애인도 없이 남자끼리 돌아다니긴 어색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렇다고 집에 그냥 있기에는 넌 애인도 없냐는 눈길을 받기도 싫어서..
가장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동네를 찾는다.
때마침 산 "게으른 산행"이라는 책에 나와있던 태백산의 자작나무 숲도 볼 겸,
비슷한 처지의 선배를 불러내 태백행 기차를 탔다.

한참 자연사 여행을 다니던 시절,
태백의 화석과 통리협곡을 보기위해 밤기차를 타고 대합실에서 새벽을 맞았던 기억이 있는 통리역.
옛날 간이역의 모습이 없어지고 신식으로 역사가 바뀌었다.
아니 옛날에 봤던 모습은 기억나지도 않는다. 때에 따라 기억에 남는 모습이 항상 같은건 아닌가보다.


먼저 배부터 채울까. 식당을 찾으니 문을 연 곳이 없는 것 같다.
주변을 돌다가 찾아 들어간 미도 식당



연탄난로에 몸을 녹이고,

방에 자리를 잡으니 카세트라디오의 모습이 정겹다. 전기를 꼽으니 소리도 난다.

Computer Musrc ~ Stereo Cassette Player ~ Digital Echo System
진짜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저 안에는 도대체 어떤 컴퓨터가 들어있을지 궁금하다.
숫자가 있는걸로 보아 사장님께선 통리가 석탄과 석탄을 캐는 사람으로 넘쳐나던 시절,
노래방 반주도 되는 최신식 기계를 도입하셨던 것 같다^^



반갑다 김치찌개!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보단 먼저 맛보고 싶은 생각이 앞섰는데..
집에서 차려주신 밥상같아 사진을 꼭 찍고 싶다.
잠깐! 조금만 이따 먹자!

점심때인데 손님이 없으니 사장님도 옆에서 점심을 드신다.
혼자 드시는것 같아 같이 식사 하시자고 청했더니 덤으로 미인폭포 앞에 있는 절에서 했다는 동지팥죽도 얻어 먹는다.

점심을 먹으며 사장님께 들은 얘기~~
주로 손님이 5일장날에만 있어 대부분 가게가 장날에만 영업을 한다고..
바로 이 식당 앞이 장터 한가운데라고 하신다. 아무것도 모른고 통리의 명동 한가운데로 들어와 점심을 먹는 격이다.



점심을 먹고, 미인폭포를 향한다. 걸어간다. 걸어갈만 하다. 앗 가는길에 발견한 리본.



통리 기차길이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나보다.



그러고보니 통리재 720m 기차타고 오느라 몰랐는데. 높다.



통리삼거리에서 미인폭포 방향으로 한참 걷다보면 길 왼쪽으로 미인폭포 내려가는 표시가 있다.



눈이 많은 태백답게 음지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다행히 저 멀리 보이는 절에서 길을 만들어 놓으셨나보다.



혜성사 뒤쪽으로 통리협곡 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미인폭포는 혜성사를 가로질러 갈 수 있다. 폭포로 가는 길은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있다.



간밤에 이름모를 산짐승도 절에 다녀갔다보다.



눈으로 덮인 길에 폭포로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 글씨가 재밌다.



산짐승들만 다니던 길에 사람 발자국을 더한다. 미안!



너무 추워 폭포도 얼었다.
협곡이라 그런지 그늘이 많다.



미인폭포 주변 절벽. 위치가 좋지 않은지 렌즈 화각이 작은지 눈에 보이는 광경을 담을 수가 없다.



통리로 돌아가는 길에 작별인사를 나눈다.
잘있어~ 답은 없다^^


하룻밤 잘곳을 찾아서 태백으로 향한다. 우리 걸어가볼까?

좀 멀다. 한참을 걸어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한 태백에 도착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된 황지연못 벤치에 앉았다. 이런 크리스마스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