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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게으른 여행 4. 겨울 섬진강 걷기여행

1999년 12월.
한때, 소설 "토지"에 빠져 열심히 읽다보니,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섬진강과 평사리를 꼭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겨울날. 
필름카메라 둘러메고, 친구와 섬진강 도보 여행을 떠났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는 강,
지리산 10경의 하나인 섬진 옥류 맑은 물, 섬진강 주변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문학 작품들,
재첩으로 유명하고, 봄이면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꼽히는.....

걸어서 섬진강이 시작되는 곳부터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이런 저런 현실적 상황으로 구례에서 출발, 하동을 지나 바다까지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거리는 약 55km. 지리산 쌍계사에서 하동까지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19번 국도는
특히 봄이면 맑은 섬진강과 벚꽃이 어우러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이다.
아쉽게도 겨울에 가게 되어 그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나름의 분위기가.....




첫째 날은 구례에서 화개장터까지(약15km)의 거리를 가기로 했다.
섬진강은 구례를 지나면서 도로를 만나 강을 보며 걸어가기에 좋을 것 같았다.
구례에서 강둑을 따라 걷기 시작하여 861번 지방도(강의 서쪽)를 타고 가다 19번 국도(강의 동쪽)와 처음으로 만나는 다리에서부터는 강을 건너 계속 국도를 따라 걸어갔다. 국도에 비해 지방도는 차가 많지 않고, 강에서도 가까워 걷기에는 더 좋을 듯 싶으나 강을 건널 다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걸어가려는 분들은 계획을 잘 세우시기를...
아래는 강둑에서 본 섬진강 모습이다. 구례를 관통하는 지류 서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곳의 모래사장은 일품이다.

구례 섬진강 강둑에서 바라본 구례쪽(상류) 모습


구례 섬진강 강둑에서 바라본 하동쪽(하류) 모습


화개장터까지 섬진강 모습입니다.



첫째날 머물기로 한 화개장터는 섬진강에 물자 운송의 기능이 없어지고, 사람들이 많이 줄어 이제는 장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화개에서 지리산 쌍계사까지 길은 봄이면 역시 벚꽃길로 유명하다.





둘째날은 화개를 출발하여 하동 읍내에 이르는 약 20km 거리를 가기로 했다.
화개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를 이용하면 계속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 주변은 '차'가 유명하다고 한다. 강변을 따라 곳곳에 차밭을 볼 수 있다.


한참을 걸으면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었던 평사리에 이른다. 지금까지 지리산 자락에 걸쳐 있어 산이 계속된다.
그러다 이곳에 이르면 그 속에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파노라마 기능이 없던 필름 SLR 수동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후, 사진을 붙여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곤 했다.
해보니까 역시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이 비교할 수 없이 좋다^^)


강변에 모래사장이 잘 발달했다. 이곳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화개면에서 하동으로 가는길. 섬진강과 사이에 과수원들이 있다.


새들도 많이 살고 있네요.


강둑에서 상류쪽을 본 모습


하동 섬진강둑에서 바라본 해지는 섬진강 모습이 멋있다.
이리 저리 사진을 찍어봤으나 실력부족으로 인하여 보이는 것이 사진에 담겨있지 않다.
읍내로 들어가 둘째날 밤을 보냈다.





여행을 가면서 준비가 부족하여 하동부터 바다까지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경찰서, 경찰서에서는 다시 군청에 가보라고 하여 들른 군청에서는
여러 직원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아직 완공되지 않은 도로까지 표시된 지도를 손에 넣었다.

하동을 떠나면서 바라본 읍내. 멀리 건물들이 보이는 곳이 읍내이다.

하동을 지나면서부터 섬진강은 깊어지기 시작한다.
하동과 광양을 연결하는 섬진교를 기준으로 상류쪽은 강이 깊지 않아 사람들이 직접 강에 들어가 재첩을 잡으며,
다리 하류쪽으로는 배를 이용하여 잡는다고 한다. 강폭도 넓어진다.
하동부터 바다까지는 약 20km로 아직은 도로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또, 하동쪽을 계속 걸을 경우 바다에 거의 다 가서 지류 때문에 내륙쪽으로
한참을 걸어 돌아와야 한다(군청에서 얻은 지도를 보니 강변을 따라 내려가는 지방도를 계획중인 것 같았다).

점심으로 먹은 재첩국은 무척 시원했고, 이제는 몇 남지 않은 나루터도 볼 수 있었다.


지류와 만나는 부근에 만들어진 넓은 갈대밭도 장관이다. 물론 그 지류 때문에 3시간 정도는 더 걸은 것 같다.
아직은 바다 근처에 사람이 건널 만한 다리가 별로 없다.

육지로 돌고 돌아서 드디어 바다와 만날 수 있었으며, 섬진대교를 통해 전라도 광양으로 넘어갔다.
고생하며 찾아간 바닷가는 광양부근 제철소와 공장으로 상상하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섬 때문에 탁트인 바다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바다 분위기를 조금 느끼려면 섬진대교를 건너기 전, 하동쪽에 있는 조그마한 포구에 들르는 것은 어떨지(못가보고 그냥 섬진대교를 건너 광양으로 넘어갔다)

광양에서 본 섬진대교 모습. 건너편은 경상도 하동이다.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늦은 시간의 촉박함, 공장지대 광양의 썰렁함이 조화를 이루어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강진으로 바로 출발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바다를 보고 조그만 이벤트라도 마련한다면 조금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 수 있을 지도.....



섬진대교에서 본 하동쪽 바다모습입니다.


섬진대교에서 본 먼 바다모습. 생각보다 탁트인 바다는 아니어서 아쉽다^^


섬진대교에서 본 광양쪽 모습. 광양제철 덕인지 상상하던 바다모습이 아닌 공장이 가득하다.



PS. 50mm 렌즈가 달린 필름 SLR카메라에 네거티브 필름을 넣고 막찍어대던 시절의 사진이라 사진 스캔의 품질이 떨어진다.
하긴 뭐 지금은 DSLR에 줌렌즈가 있지만 사실 사진의 수준은 변한게 별로 없다^^